
HR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면접 당시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회의실을 나서며 이런 말도 나왔죠.
“이번엔 진짜 잘 뽑은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달 뒤, 마음 한구석에서 슬며시 올라오는 문장 하나.
“이 사람, 그때 왜 그렇게 잘할 것 같았지?”
이 글은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HR 실무자라면 한 번쯤 반드시 겪어봤을 ‘착각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1. 말을 잘하는 사람 =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
면접에서 논리적으로 말 잘하고, 질문 의도를 정확히 짚고,
경험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는 지원자.
솔직히 말하면, HR 입장에서는 안심이 됩니다.
면접관을 설득하는 데 이미 성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입사 후를 돌아보면 이런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보고는 매번 그럴듯한데, 실행 속도가 느린 경우
- 설명은 완벽한데, 실제 결과물이 없는 경우
- 회의에서는 주도적인데, 실무에서는 손이 잘 안 가는 경우
‘말의 완성도’와 ‘일의 완성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 둘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평가합니다.
2. 스펙이 촘촘할수록, 기대는 더 커진다
학교, 회사, 프로젝트, 수상 내역.
이력서가 빽빽할수록 HR은 자연스럽게 기대치를 높입니다.
문제는 이 기대가 검증되지 않은 가정 위에 쌓인다는 점입니다.
- “이 정도 경험이면, 적응은 빠르겠지”
- “여기서도 성과 냈으니, 우리 조직에서도 비슷하겠지”
하지만 조직의 맥락은 늘 다릅니다.
- 의사결정 구조
- 협업 방식
- 리더십 스타일
- 속도와 우선순위
과거의 성과는 ‘조건부 참고자료’일 뿐, 미래 성과의 보증수표는 아닙니다.
3. “우리랑 잘 맞을 것 같아요”의 위험성
핏(Fit)은 정말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 핏이 종종 ‘느낌’으로 판단된다는 데 있습니다.
- 말투가 편하다
- 리액션이 좋다
- 분위기가 잘 맞는다
이런 요소들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과 ‘함께 성과를 내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조직에 필요한 건
- 불편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
- 의견 충돌을 감수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
- 합의보다 실행을 우선하는 사람
핏을 본다는 이유로,
필요한 긴장감까지 걸러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4. 면접은 결국 ‘준비된 상황’이라는 사실
면접은 지원자가 가장 준비된 상태로 임하는 자리입니다.
- 예상 질문
- 연습된 답변
- 다듬어진 스토리
반면, 실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 정리되지 않은 요구사항
-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 불완전한 정보 속 의사결정
면접에서 잘 보인 모습이
실무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유지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5. 그래서 HR은 무엇을 바꿔야 할까
이 착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줄일 수는 있습니다.
1️⃣ 평가 기준을 ‘행동’ 중심으로 바꾸기
-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 어떤 제약 속에서
- 어떤 선택을 했는지
결과보다 과정의 밀도를 묻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2️⃣ 면접 질문에 ‘불편함’을 조금 더하기
- 실패 경험을 끝까지 파고들기
- 갈등 상황에서의 실제 선택 묻기
- 본인이 꺼려하는 업무 유형 질문하기
좋은 답변보다, 솔직한 반응이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3️⃣ 채용을 ‘한 번의 판단’이 아니라 ‘과정’으로 보기
- 레퍼런스 체크
- 과제형 전형
- 입사 후 초기 피드백 구조
채용은 합격 통보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마무리하며
“이 사람 잘할 것 같았는데…”
이 말은 HR의 실패 선언이 아니라,
조직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뽑는 일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그래서 HR은 늘 배우는 직무입니다.
다음 면접에서 누군가에게 또다시 기대를 걸게 되더라도,
그 기대가 조금 더 근거 있는 질문 위에 놓이길 바라며
오늘도 채용 공고를 엽니다.
혹시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이 문장을 떠올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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