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뭔가 바뀌고 있다는 느낌
최근 채용을 진행하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지원자들을 보며, “예전이랑 좀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채용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HR이 서류를 검토하고 1차 면접을 진행한 뒤, 임원이 2차 면접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무자는 대부분 “괜찮은 것 같다”는 승인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3개월 동안은 양상이 달랐습니다.
개발팀장은 1차 면접부터 자리에 앉아 있었고, 마케팅 신입 채용에서는 매니저가 두 번이나 면접에 참여했습니다.
어제는 영업팀 대리가 “이번엔 제가 직접 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신기한 점은 결과였습니다.
최근 6개월간 채용한 신입 구성원들이 모두 아직 팀에 남아 있고, 온보딩 속도도 이전보다 확실히 빨랐습니다.
누가 주도적으로 바꾸자고 선언한 것도 아니었는데, 채용 방식이 조용히 변하고 있었습니다.
2. 채용에서의 역할이 달라졌습니다
예전 방식 (HR 중심)
- HR이 채용 전반을 주도
(계획, 공고, 서류 검토, 면접 진행, 결정) - 실무자는 최종 승인 역할
최근 방식 (협력 중심)
- HR은 기준과 공정성을 관리
- 실무자는 면접과 최종 판단에 적극 참여
이 변화는 “실무자가 더 잘 아니까”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는 기존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실패가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왜 이렇게 바뀔 수밖에 없었을까
1) 채용 미스매칭이 너무 자주 발생했습니다
입사 후 6개월 이내 이직.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닙니다.
서류도 괜찮았고, 면접에서도 문제 없어 보였는데
막상 현업에 들어오면 전혀 다른 경우가 있었습니다.
내부 데이터를 다시 보니 경향이 보였습니다.
- 실무자가 면접에 깊이 관여한 채용: 6개월 정착률 약 80% 이상
- HR 중심으로 진행된 채용: 60%대 중반
수치보다 더 문제였던 건,
왜 실패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2) 면접에서 보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면접을 여러 번 진행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 “일은 잘하는데 팀이랑 안 맞았어요.”
- “생각보다 협업이 어려웠어요.”
- “업무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문제는, 이런 요소들이 면접 질문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면접 평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이 사람이 실제로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되는지를 참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활용했던 방식 중 하나가
이전 직장 동료의 피드백을 구조화해 확인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스펙터(Specter)를 통해 협업 방식, 책임감, 갈등 상황에서의 태도 같은 항목을 정리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중요했던 건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같은 특징이 여러 사람의 답변에서 반복되는지였습니다.
입사 이후의 모습은,
면접에서의 인상보다 오히려 이 반복된 평판 정보와 더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3) 의사결정을 더 빨리 해야 했습니다
채용 리드타임도 문제였습니다.
예전에는 6~8주가 걸리던 채용이, 이제는 2~3주 안에 끝나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단계를 줄이려면 누군가는 판단을 빨리 내려야 합니다.
결국 현업에서 함께 일할 사람이 직접 판단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4. 실무자의 눈으로 보면 다르게 보이는 것들
면접 자리에서는 대부분의 지원자가 훌륭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존재합니다.
- 업무 스타일
혼자 해결하려는지, 팀과 논의하려는지 - 팀 내 관계에서의 태도
갈등을 피하는지, 조율하는지, 밀어붙이는지 - 현업 난이도에 대한 인식
면접에서 말한 사례와 실제 업무 간의 거리 -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특징
책임감, 피드백 수용 방식, 마감 태도 등
네 번째 항목은 특히 면접만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판 정보를 구조화해서 보면, 생각보다 명확한 패턴이 드러납니다.
실무자가 “뭔가 애매하다”고 느끼던 지점이
데이터로 정리되면서 설명 가능한 판단 근거가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5. 실무자 참여 채용의 장점과 한계
장점
- 미스매칭 감소
- 의사결정 속도 개선
- 후보자 경험 개선 (현실적인 정보 공유)
한계
- 개인적 편견 개입 가능성
- 팀별 기준 불일치
- 법적·윤리적 리스크
- 프로세스 표준화의 어려움
그래서 실무자 참여 채용이 잘 작동하려면,
기준과 데이터, 그리고 HR의 조정 역할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6. HR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요즘 HR의 역할은 “면접을 직접 보는 사람”이라기보다
판단이 가능한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 어떤 정보까지 참고할 것인지
-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판단인지
성과 데이터, 평판 데이터(예: 스펙터), 산업 기준을 정리해
실무자가 감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7. 이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실무자가 채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기존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실패를 줄이기 위해
채용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한 글입니다.
AI도, 평판 조회도 만능은 아닙니다.
하지만 판단을 도와주는 재료가 될 수는 있습니다.
HR 실무자의 역할은
AI를 잘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쓸지 말지를 판단한 이유를 남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참고 가능한 판단 근거로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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