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하니까 우리도? 채용 트렌드의 함정
요즘 채용 트렌드, 정말 숨 가쁘게 변하지 않나요? HR 실무자로 일하면서 가장 난감할 때가 경영진이나 팀장님이 갑자기 뉴스 기사를 들이밀며 "요즘 다들 이거 한다는데 우리도 도입해볼까?"라고 하실 때예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우리 회사를 '혁신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블라인드 채용, AI 역량검사, 메타버스 면접... 이름만 들어도 뭔가 있어 보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도입해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주변 HR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비슷해요. 다들 뭔가 새로운 걸 도입하긴 했는데, 정작 "그래서 채용이 더 잘 되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씁쓸하게 웃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유행을 쫓는 게 과연 정답일까요? 오늘은 제가 겪거나 주변에서 목격한 '트렌드 좇다가 낭패 본 사례'들을 좀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사례 1: 블라인드 채용, '스펙'을 가렸더니 '인성'도 가려졌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블라인드 채용'이에요. 공정성, 정말 중요하죠. 학벌이나 지연, 학연을 배제하고 오직 실력으로만 뽑자는 취지에는 저도 100% 동의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과감하게 이력서에서 사진, 학교, 출신 지역을 다 지우고 진행해본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깜깜이 채용'**이 되어버렸어요.
제가 겪은 가장 큰 문제는 '맥락'이 사라진다는 거였어요.
- 직무 적합성 판단의 어려움: 이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맥락을 알 수 없으니, 단순히 자기소개서 글솜씨에 의존하게 되더라고요.
- 조직 적합성(Culture Fit) 검증 실패: 스펙을 가리니까 면접에서 확인해야 할 게 너무 많아졌어요. 정해진 시간 내에 역량 묻기도 바쁜데, 인성까지 깊이 파고들 여유가 없었죠.
실제로 그렇게 뽑은 분 중에 입사 3개월 만에 퇴사한 경우가 있었어요. 업무 능력은 좋았는데, 팀 문화와 너무 안 맞았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갈등이 있었다는데, 블라인드라는 이름 하에 그런 '히스토리'를 전혀 체크하지 못한 거죠. 스펙을 가리려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 됨됨이'까지 가려버린 건 아닌지,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사례 2: MBTI와 AI 면접, 효율성 뒤에 숨은 편향과 오류
블라인드 채용 다음으로 불어닥친 게 바로 '데이터 기반 채용' 열풍이었죠. MBTI나 AI 면접이 그 주인공인데요. 특히 MBTI는 한때 채용 공고에 "INFP 사절" 같은 문구가 올라올 정도로 과열됐었잖아요.
MBTI, 과연 채용 도구로 맞을까요?
저도 재미로 MBTI 보는 건 좋아하지만, 이걸로 사람을 거른다는 건 좀 위험해 보였어요.
- 비과학적 기준: MBTI는 그날 기분에 따라 바뀌기도 하잖아요.
- 다양성 배제: 특정 성향만 모아두면 조직이 획일화될 위험도 있고요. 실제로 "우리 팀은 E만 뽑자"고 했다가, 정작 꼼꼼하게 챙길 사람이 없어서 프로젝트가 산으로 간 케이스도 봤습니다.
AI 면접은 또 어떻고요.
효율적인 건 인정해요. 수백 명의 지원자를 순식간에 스크리닝해주니까요. 하지만 '대리 응시' 이슈나 '알고리즘 편향'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실제로 주변 스타트업 HR 분이 들려준 이야기인데, AI 면접 점수가 너무 완벽해서 뽑았더니 실제로는 소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독단적인 분이었다고 해요. AI가 목소리 톤이나 표정은 읽었을지 몰라도, **'동료와 협업하는 태도'**까지는 읽어내지 못한 거죠.
효율을 쫓다가 정작 중요한 '진짜 모습'을 놓치는 건 아닌지, 고민이 깊어졌던 시기였습니다.
왜 실패했을까? 도구가 본질을 앞선 순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왜 트렌디하다는 건 다 해봤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았을까? 결론은 하나더라고요.
"우리가 도구에 잡아먹혔구나."
채용의 본질은 결국 '우리 조직에 와서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낼 사람인지 검증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검증'이라는 본질보다 '어떤 툴을 쓰느냐'에 더 집착했던 것 같아요.
구분 우리가 빠진 함정 우리가 놓친 본질
| 블라인드 채용 | 공정하게 보이려면 다 가려야 해 | 가리더라도 핵심 역량과 인성은 검증해야 함 |
| AI 면접 | 최첨단 기술이니까 정확하겠지 | 기술은 보조일 뿐, 사람 냄새는 사람이 맡아야 함 |
| MBTI | 유형이 맞으면 일도 잘하겠지 | 성격 유형보다 실제 태도와 행동이 중요함 |
도구가 나쁜 건 아니에요. 다만 그 도구가 '무엇을 검증해주지 못하는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쓴 게 패착이었죠. 화려한 데이터나 기술 뒤에 숨겨진 지원자의 '진짜 민낯'을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채용의 본질은 '사람 검증'에 있다
그래서 저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사람이 진짜 일을 잘할까?", "우리 팀원들과 잘 지낼까?" 이 두 가지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죠.
결국 답은 '경험해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있더라고요.
아무리 AI가 분석하고 면접관이 꿰뚫어 보려 해도, 실제로 1년, 2년 같이 일해본 동료만큼 그 사람을 잘 아는 데이터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평판조회(레퍼런스 체크)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평판조회라고 하면 임원급만 알음알음 전화 돌려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요즘은 좀 다르더라고요.
- 온라인으로 쉽고 빠르게: 플랫폼을 이용하니까 지원자 동의만 받으면 며칠 내로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 다각도 검증: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 부하직원 평판까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실제로 면접 때는 말수가 적어서 '소극적인가?' 싶었던 지원자가 있었는데, 평판조회를 해보니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묵묵한 리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더라고요. 덕분에 확신을 가지고 채용할 수 있었고, 지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반대로 면접은 청산유수였는데 평판에서 "협업 시 독단적임"이라는 피드백을 보고 채용을 보류해 큰 리스크를 막은 적도 있고요.
트렌디한 툴보다 투박해 보일지 몰라도, **'같이 일해본 사람의 증언'**만큼 강력한 검증 도구는 없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유행보다 중요한 건 우리 조직에 맞는 검증 방식
채용 트렌드, 앞으로도 계속 바뀌겠죠? 또 어떤 신기술이 나와서 우리 마음을 흔들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의연해지려고요.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이게 우리 회사가 사람을 검증하는 데 진짜 도움이 될까?"**를 먼저 물어보려고 합니다.
혹시 지금 채용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하거나, 혹은 유행하는 툴을 도입하느라 정작 중요한 '사람'을 놓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때로는 최첨단 기술보다, **"저 친구, 일 참 괜찮게 해"**라는 동료의 한마디가 더 정확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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