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채용생활

실무자 관점에서 가장 답답한 채용 단계

사람지기 2026. 1. 11. 01:10

1. 채용 담당자가 꼽은 가장 답답한 순간

HR 커리어를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났지만, 채용은 여전히 저에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얼마 전 HR 담당자 커뮤니티에서 "가장 힘든 업무가 무엇인가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예상대로 **'지원자 모집'과 '적합한 인재 선별'**이 압도적으로 많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우리 같은 중소·중견 기업의 HR 담당자들은 채용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급여, 근태, 교육에 조직문화까지 챙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데, 그중에서도 채용은 유독 진이 빠지는 업무입니다.

가장 답답한 건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좋을 때'**입니다.

  • 수많은 이력서를 검토하고,
  • 면접 일정을 조율하느라 전화기를 붙들고 살고,
  • 고심 끝에 합격시켜서 온보딩까지 마쳤는데,

입사 3개월 만에 "생각했던 업무랑 다르네요"라며 퇴사 의사를 밝힐 때의 그 허탈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단순히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본 게 맞나?' 하는 자괴감과, 다시 처음부터 프로세스를 돌려야 한다는 막막함이 더 크게 다가오죠.

결국 이 모든 피로감의 원인은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서류와 짧은 면접만으로 한 사람의 역량과 태도를 파악한다는 게,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미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무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그 답답한 순간들과, 그걸 조금이라도 해소해 보려고 발버둥 쳤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2. 이력서: 소설과 다큐멘터리 사이

채용 공고를 올리고 나면 이력서가 쏟아집니다. 예전에는 지원자가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요즘은 '허수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또 다른 의미로 걱정이 태산이죠.

이력서를 검토하다 보면 가끔 이게 '자서전'인지 '판타지 소설'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 화려한 프로젝트 경험: 팀 프로젝트였을 텐데, 마치 혼자서 다 한 것처럼 기술된 경우
  • 모호한 성과 수치: "매출 증대에 기여함" (그래서 얼마나? 본인의 지분은?)
  • 검증 불가능한 역량: "탁월한 리더십 보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물론 지원자 입장에서는 본인을 어필해야 하니 어느 정도의 '포장'은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테니까요. 하지만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 포장지 안에 진짜 알맹이가 들어있는지, 아니면 공기만 가득한지 가려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구분 이력서에 적힌 말 실무자의 속마음(해석)

성격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 일 처리가 느리거나 융통성이 없을 수도 있겠네.
경력 OO 프로젝트 PM 수행 진짜 리딩을 한 건지, 이름만 올린 건지 확인 필요.
퇴사 더 큰 성장을 위해 퇴사 전 직장에서 트러블이 있었나? 3개월 만에 퇴사는 좀...

가장 난감한 건 서류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지원자입니다. 소위 '스펙'도 좋고 경력 기술서도 깔끔해서 "이 사람은 꼭 잡아야 해!"라며 면접을 잡았는데, 막상 만나보면 기본적 직무 지식이 부족하거나 태도가 실망스러운 경우가 꽤 있었거든요.

반대로 이력서는 좀 투박해도, 실제로 만나보면 진국인 분들도 계시고요. 결국 **"서류만으로는 이 사람의 진짜 실력을 알 수 없다"**는 딜레마는, 채용 담당자가 겪는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장벽인 것 같습니다. 매번 '속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글자 너머의 진실을 본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숙제네요.

3. 면접: 가면 쓴 지원자와의 숨바꼭질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만나는 면접 시간. 사실 이 시간은 지원자뿐만 아니라 면접관에게도 엄청난 긴장의 연속입니다. 30분에서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동료를 결정해야 하니까요.

제가 면접에 들어가면서 가장 많이 했던 실수는 **'첫인상에 갇히는 것'**이었습니다.

  • "인상이 좋네. 말도 시원시원하게 잘하고." (호감) → 확증 편향의 시작
  • "어? 이 부분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의심) → "아냐, 긴장해서 그렇겠지." (합리화)

반대로 첫인상이 조금 소극적이어 보이면, 답변을 잘 해도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며 점수를 깎기도 했고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지원자의 역량보다는 '나랑 코드가 맞는지' 혹은 **'말을 얼마나 유창하게 하는지'**에 더 휘둘렸던 것 같습니다.

면접관으로서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평가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면접관 교육을 받지 않은 현업 팀장님들과 함께 들어가면 더 심해지죠.

  • A 면접관: "기술 스택이 우리랑 딱 맞아요. 당장 실무 투입 가능합니다."
  • B 면접관: "근데 좀 건방져 보이지 않았나요? 팀 분위기 흐릴 것 같은데."

같은 사람을 보고 나왔는데 평가는 극과 극일 때가 많습니다. 기술 역량은 검증이 되어도, 인성이나 태도 같은 '소프트 스킬'은 면접관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요즘 지원자분들은 면접 준비를 정말 철저하게 해오시잖아요. 유튜브나 블로그에 있는 '면접 예상 질문 베스트'에 맞춰 모범 답안을 완벽하게 외워오시니, 이게 진짜 본인의 생각인지 만들어진 답변인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마치 가면을 쓴 지원자와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진짜 당신의 모습은 뭔가요?"라고 묻고 싶지만, 그 가면을 벗기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4. 진짜 문제는 '확신'이 없다는 것

서류도 보고 면접도 봤습니다. 이제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마우스 커서가 '합격' 버튼 위에서 맴돌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마음속 깊은 곳에 "이 사람, 정말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채용 담당자로서 가장 두려운 건 역시 **'채용 실패(Bad Hire)'**입니다. 힘들게 뽑은 분이 조기 퇴사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트러블 메이커가 되는 상황 말이에요.

이게 단순히 "사람 한 명 다시 뽑으면 되지"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1. 비용 손실: 채용 공고비, 헤드헌팅 수수료, 면접관들의 시간 비용 등 금전적 손실이 발생합니다.
  2. 팀 분위기 저하: 잘못된 채용은 기존 팀원들의 사기를 꺾고, 업무 과중을 유발해 연쇄 이탈을 부르기도 합니다.
  3. HR에 대한 불신: "인사팀에서 사람을 어떻게 뽑은 거야?"라는 현업 부서의 원망 어린 시선을 받아내야 하죠.

특히 **'직무 불일치(Job Mismatch)'**와 **'컬처핏(Culture Fit) 미스'**는 입사 전엔 정말 알기 힘듭니다. 지원자는 입사를 위해 본인을 최대한 맞추려 하고, 회사도 좋은 면만 보여주려 하니까요. 서로 '썸'만 타다가 결혼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생활 습관부터 가치관까지 하나도 안 맞는 부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결국 이 모든 불안의 근원은 **'객관적인 데이터의 부재'**에 있습니다. "이 사람은 성실하다", "책임감이 강하다"라는 말이 지원자의 주장이나 면접관의 느낌이 아니라, 증명된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Feeling)이 아니라 근거(Fact)를 가지고 채용하고 싶다는 갈증, 아마 모든 HR 실무자들의 공통된 바람일 겁니다.

5. 전화 위주 평판조회의 한계와 민망함

그래서 찾게 되는 마지막 보루가 '평판조회(Reference Check)'입니다. 저도 "그래, 같이 일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확실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레퍼런스 체크를 시도해 본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무에서 직접 해보니,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민망한 상황도 자주 생기더라고요.

가장 큰 문제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지원자가 직접 지정한 추천인에게 전화를 걸면, 당연히 좋은 이야기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 00님요? 성실하고 일 잘했죠. 팀원들과도 잘 지냈고요."

마치 짠 듯이 비슷한 칭찬 레퍼토리만 듣다 보면, '이 통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집니다. "혹시 단점은 없었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봐도, "특별한 단점은 없었어요. 굳이 꼽자면 너무 열심히 하는 거?" 같은 답변이 돌아오면 맥이 풀리죠.

게다가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주는 부담감도 큽니다. 생면부지의 남에게 전화를 걸어 꼬치꼬치 캐묻는 게, HR 업무라고는 하지만 썩 유쾌한 일은 아니거든요. 상대방도 바쁜 업무 중에 전화를 받으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적당히 좋게 포장해서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법적인 부분도 신경 쓰입니다. 지원자의 동의 없이 전 직장에 연락했다가는 큰일 나고, 동의를 받더라도 "누구에게 연락할지"는 지원자가 정하니까요. 결국 우리가 정말 듣고 싶은 **'날것의 평가'나 '치명적인 리스크'**는 이 과정에서 필터링되기 십상입니다. "평판조회까지 했는데 왜 저럴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거죠.

6. 실무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검증 팁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저도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습니다.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에 의존하는 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했던 노력들이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현장에서 써먹었던, 돈 안 드는 현실적인 팁 몇 가지를 공유해 볼게요.

1. 구조화된 면접 질문 설계하기 (STAR 기법) 가장 기본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단순히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나요?"라고 묻는 대신, 과거의 구체적인 경험을 파고드는 거죠.

  • S(Situation):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 T(Task): 본인의 역할과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 A(Action):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나요? (여기서 '우리'가 아닌 '본인'이 한 일을 끈질기게 물어봐야 합니다.)
  • R(Result): 그 결과는 어땠고, 무엇을 배웠나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 보면, 지어낸 이야기는 앞뒤가 안 맞거나 디테일에서 막히게 됩니다.

2. 과제 전형 도입하기 개발자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기획이나 마케팅 직군에도 간단한 사전 과제를 도입해 봤습니다. "우리 회사의 현재 문제점 하나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A4 1장으로 제안해 주세요" 같은 식으로요. 화려한 경력 기술서보다, 투박하더라도 직접 쓴 제안서 한 장이 그 사람의 논리력과 직무 이해도를 훨씬 잘 보여주더라고요.

3. 솔직한 채용설명회(Open House) 열기 컬처핏을 맞추기 위해, 지원자가 우리 회사를 검증할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면접 마지막에 "우리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은 없나요?"라고 묻는 걸 넘어서, 채용 과정 중에 티타임을 가지며 회사의 힘든 점,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을 솔직하게 오픈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도망가는 분은 어차피 와도 금방 나가실 분이고, 오히려 눈을 반짝이는 분이 우리가 찾던 인재일 확률이 높았습니다.

7. 직감 채용에서 데이터 검증으로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면접관의 컨디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고, 바쁜 시기엔 STAR 질문이고 뭐고 "그냥 빨리 뽑자"는 타협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최근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이력서에 적힌 스펙 데이터가 아니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평가 데이터' 말이죠.

제가 평판조회 플랫폼(스펙터 같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엔 "온라인으로 평판을 조회한다고? 그게 믿을 만한가?"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전화로 "일 잘했어요"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 구체적인 성향 분석: 주도적인지 협조적인지, 리더형인지 팔로워형인지 수치로 보여줍니다.
  • 다수의 평가: 한두 명의 친구 같은 동료가 아니라, 전 직장 상사, 동료, 하급자 등 여러 사람의 평가를 종합해서 볼 수 있습니다.
  • 가공되지 않은 코멘트: 익명성이 보장되어서 그런지, 전화 통화보다 훨씬 솔직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다소 직설적임" 같은, 진짜 필요한 정보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가장 좋았던 건, 면접 들어가기 전에 이 리포트를 미리 보고 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분은 협업에서 갈등이 있었다는 피드백이 있네? 면접 때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검증의 포인트를 명확히 잡고 면접에 임하니, 시간 낭비도 줄고 훨씬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감을 믿지 말고 데이터를 믿어라'는 말이, 채용 시장에서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8. 채용의 끝은 합격 통보가 아니다

지금까지 채용 담당자로서 겪는 답답함과, 그걸 해결해 보려 했던 제 고민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았네요.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채용은 합격 통보를 보내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우리 조직에 잘 안착해서 제 몫을 해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요.

아무리 좋은 툴을 쓰고, 완벽한 프로세스를 갖춰도 100% 성공하는 채용은 없을 겁니다. 사람은 계속 변하고, 상황도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검증은 다 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원자를 맞이한다면,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운이 없었어"가 아니라 "다음엔 이 부분을 보완해야지"라는 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력서 사이에서, 그리고 면접실의 정적 속에서 "이 사람이 맞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실 전국의 모든 채용 담당자분들. 우리의 그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답답한 채용'이 아니라 '설레는 만남'이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혹시 여러분만의 '인재를 알아보는 노하우'나 '채용 실패를 줄이는 팁'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